강사 인터뷰 – 이호진 선생님

이호진 선생님

레코드팩토리의 시작과 함께, 수많은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을 디자인하고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누구나 음악 만들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는 레코드팩토리 만의 교육 철학을 만들어오신 이호진 선생님. 멋진 빈티지 악기들과 바이브가 가득한 개인 스튜디오이자 레코드팩토리 가족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호락실’ 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선생님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함께 하였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오셨을 질문을 다시 한 번 드리겠습니다. ( 웃음 ) 프로 뮤지션에 도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결정 일 수밖에 없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처음 음악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 부모님께서 엄청난 반대를 하셨어요. 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이미 그 나이에 비틀즈 LP를 사서 집에 가져가곤 했었죠. 그 당시에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마이클 볼튼,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보이즈투맨 등등이었어요. 가장 존경하는 프로듀서는 베이비페이스였고요. LP를 사서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께서는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어린애가 이런 걸 듣니” 라고 걱정하셨지요. ( 웃음 )

하루는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 이상으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머니께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제가 음악의 길로 입문할까 봐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미술학원에 보내시더라고요. 가끔 제가 화이트보드에 필기하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보셨겠지만, 저는 미술에 전혀 재능이 없어요. 재능이 없는 분야의 학원을 다니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지요.

  • 하하 그렇군요. 그러한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하셨나요?

물론이죠. 중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메탈리카를 좋아하게 되어서 기타를 연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옆집 형에게 통기타를 빌려서 취미 삼아 만져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워서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걸어서 한 시간 이상인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통학 셔틀을 타고 다녀야 했어요. 하지만 기타를 너무 배우고 싶었던 나머지, 통학 셔틀비는 광안리에 있는 실용음악학원 등록에 몰래 사용을 했죠. 물론 학교는 걸어 다니게 됐었고요. 이 생활은 약 6개월 만에 들통 났고, 어머니께서는 결국 음악 하는 것을 승낙하셨어요.

그렇게 마음 놓고 다니게 된 학원에서 비로소 기타를 연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제 기타를 가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어머니와 약속을 했죠. 다가오는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면 기타를 사달라고요. 어머니는 설마 하는 마음에 승낙하셨는데, 그 시험에서 정말로 전교 1등을 해서 저만의 기타를 처음 가지게 되었어요. ( 웃음 )

  • 하하 대단하네요. 2000 년대 중후반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에서 활동하셨는데요, 합류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네스티요나 밴드에서 활동할 당시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공연을 했었는데,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분들이 저를 마음에 들어 했어요. 처음에 건반을 쳐보라고 하셨지만 사실 건반은 자신이 없었죠. 하지만 신디사이저와 사운드 메이킹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사운드 디자이너에 가까운 키보디스트로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하게 되었어요. 2~3 년 정도 활동하면서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주 많이 남아요.

  • 3호선 버터플라이 활동 이후에는 독립하셨잖아요. 워낙 큰 밴드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안주하기 쉬웠을 것 같은데, 독립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당시 3호선 버터플라이가 앨범 없이 라이브 위주로 활동을 했었고, 제 나이는 20대 후반으로 가까워지다 보니까 심적으로 불안했어요. 결국 음악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위한 커리어를 더 쌓고 싶어서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밴드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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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 선생님 개인 스튜디오이자 레코드팩토리 가족들의 사랑방, 호락실 >

  • 밴드 활동으로 한창 바쁘셨을 텐데요, 레코드팩토리 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10년 봄에 레코드팩토리 박종희 대표님이 운영하셨던 스튜디오에 기타 세션을 하러 갔다가 딱 1 시간 기타 녹음하고 4~5 시간 넘게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 웃음 ) 그렇게 서로 알게 된 이후 밴드의 휴식기 동안 레코드팩토리와 다시 인연이 닿아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죠.

  • 레코드팩토리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음악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물론이죠. ‘입시 목적의 실용음악학원들은 이렇게 많은데 왜 일반인들이 쉽게 흥미를 가지고 음악을 시작할 수 있는 음악 교육 기관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옮겨놓은 공간이 레코드팩토리 였지요.

  • 레코드팩토리에서 진행하는 뮤직 프로덕션 관련 커리큘럼의 대부분을 직접 디자인하셨는데, 처음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많이 염두에 두셨나요?

그 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너무 고생하면서 익혔기 때문에,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답답해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을 교육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 선생님께서 커리큘럼을 디자인하시고 강의를 진행하신 컴퓨터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은 레코드팩토리의 초기 교육 정책과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어요.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뮤직 프로덕션을 시작할 수 있다’라는 철학을 처음으로 도입한 과정이었으니까요. 이를 바탕으로 레코드팩토리에서 진행하는 많은 워크샵 프로그램도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서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러한 영향을 줄 수 있었다니 감사하네요. ( 웃음 )

  • 지금은 초기 컴퓨터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보다는 더 전문적인 방향을 지향하는 그루브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 강의를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강의를 진행하시는데 있어서 컴퓨터 뮤직 프로덕션과는 어떠한 차이점을 느끼시나요?

더 긴장하게 되죠. 아무래도 수강 목적에 대한 기준이 높으신 분들이 수강을 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업 내용의 깊이나 넓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그루브 뮤직 프로덕션 과정 역시 뮤직 프로덕션에 처음 도전하는 입장의 학생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한 면에서 처음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점점 과정이 진행될수록 훨씬 더 무게감 있는 내용들이 진행되죠. 그루브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 강의는 오히려 저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었어요. 6 개월이라는 시간만에 만들어내는 수강생들의 곡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경험 있는 수강생들보다 처음 시작하는 수강생들의 결과물이 훨씬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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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코드팩토리 그루브 뮤직 프로덕션 워크샵을 강의 중이신 이호진 선생님 >

  •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수강생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제가 음악을 시작해서 반드시 큰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음악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그냥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나는 이 정도의 직업을 가질 것이고 이 정도의 돈을 벌 거야’라고 이야기했던 친구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어요.

이른바 ‘잘 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은데, 사실 이러한 지나친 대중성의 추구로 인해 결국 남들과 똑같은 음악을 만들게 되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리는 것 같아요. 그냥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 스타일로 개성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프로페셔널로 음악 생활을 하는데 더 많은 장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른 무언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 당장 조금은 힘들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계속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길은 열리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 공감합니다. 최근 음악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너무 지나치게 트랜드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트랜드는 한편으로는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기에 청자와의 소통을 위해 결코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그 트랜드를 따라가는 것에서 끝나면 안되겠지요. 무조건 지금 유행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따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생각을 음악이라는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무엇보다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한 때는 꼭 혼자 음악을 하려고만 했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그 당시에는 내 생각, 내 음악이 최고인 것 같았거든요. ( 웃음 )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혼자서 해보니 분명한 한계가 있더라구요. 음악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교류 하면서 완성해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한 점에서 음악을 배워나가는 단계에서는 개인 레슨의 형태보다는 워크샵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함께 교류하며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서로의 실수를 보면서 배워나갈수도 있으니까요. 음악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음악적 관점이 잘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더욱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오늘 여러가지 감동적인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워크샵으로 더욱 많은 아티스트와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