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테잎 머신으로 아날로그 사운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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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플러그인 형태의 Tape Machine 시뮬레이터가 등장하고 있지만, EQ, 컴프레서와 같은 표준적인 시그널 프로세서와는 사뭇 다른 까다로운 사용법 때문에 프리셋 위주로만 간략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Tape Machine 의 역사와 자세한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믹스 / 마스터링에 아날로그의 캐릭터를 부가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본 컬럼에서는 DSP 프로세싱을 바탕으로 정교한 Tape Machine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UAD Ampex ATR-102 플러그인을 예제로 사용합니다. 다양한 Tape Machine 플러그인의 원리는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본 컬럼에서 배우는 내용은 어떠한 Tape Machine 플러그인에도 똑같이 적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이 컬럼의 내용은 다소 어려운 편으로, 뮤직 프로덕션 경험이 있는 뮤지션 & 프로듀서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 글쓴이 : 박종희 ( 레코드팩토리 대표 )

 

1. Tape Machine 에 대하여

최근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AD/DA 컨버터를 활용한 디지털 레코딩 & 재생에 익숙해져 있지만, 불과 10 ~ 20 여년 전만 하더라도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Tape Machine 을 활용한 프로덕션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초창기의 Tape Machine 은 1~2 트랙 정도의 레코딩만 가능했지만, 1950 년대에 들어서서 “Multi-Track” 레코딩이 가능한 Tape Machine 들이 등장하며 뮤직 프로덕션의 중흥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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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초기의 Multi Track Tape Machine – Ampex 440 )

기타리스트이자 음향 기술의 선구자인 Les Paul 이 Ampex 사에 주문하여 커스텀으로 제작했던 최초의 8 트랙 시스템을 시작으로, 1950 년대 아틀란틱 레코드의 Tom Dowd 가 최초로 4 트랙 시스템을 팝 뮤직 프로덕션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 영화 “Ray” 에서 이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1960 년대에는 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Bounce to Track ( 한 레코더의 Multi-Track 을 다른 레코더의 1 트랙에 Bounce 하고, 그 위에 다른 악기들을 계속해서 쌓아올리는 기법 ) 을 활용하여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 수많은 명반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특히, 초창기의 Tape Machine 들은 Record 헤드와 Repro 헤드의 간격으로 인한 레이턴시로 여러 악기들을 순차적으로 녹음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Ampex 가 개발한 “Sel-Sync ( Record 헤드가 녹음 시 재생을 겸하는 기능 )” 로 인해 “Over-Dubbing ( 한 번에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악기를 하나하나씩 따로 레코딩하는 기법 )” 을 중시하는 현대 뮤직 프로덕션 기법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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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전통적인 24 트랙 Tape Machine Studer A-827 )

이후, 60 년대 후반부터 70 년대에 걸쳐 8~24 트랙을 지원하는 Tape Machine 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때마침 완성도가 높아진 Large Format 콘솔들과 함께 표준적인 레코딩 포멧으로 90 년대 까지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Studer A-827 등의 24 트랙 2 인치 Tape Machine 으로 멀티 트랙을 레코딩한 후 SSL 4000 씨리즈 등의 콘솔로 믹싱, 이후 G-Comp 등의 콘솔 버스 컴프레서를 거쳐 Ampex ATR-102 등의 2 트랙 1/2 인치 Tape Machine 으로 마스터를 완성” 하는 전통적인 프로세스는 지금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아날로그의 감성” 을 표현하기 위해 애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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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SSL AWS900 콘솔과 Studer A-827 로 만들어진 Jack Johnson 의 Sleep Through The Static 앨범 )

 

2. 지금 Tape Simulator 를 사용하는 이유

현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AD/DA 컨버터는 그 어떠한 Tape Machine 보다 훨씬 정확하게 소리를 레코딩 / 재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Tape Simulator 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확한 사운드 만이 언제나 음악적인 소리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Tape Machine 종류, 이에 사용되는 Tape Type 과 재생 속도, Emphasis EQ 와 Bias 에 의한 주파수 반응 특성의 변화 ( 이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 그리고 Tape Machine 과 Tape 자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Harmonic Distortion 이 더해져, 본래 음색과는 사뭇 다른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음색이 만들어집니다.

마치 D-SLR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정확한 색감과 현실성 넘치는 이미지보다 때로는 다양한 필름 종류와 현상에 의해 왜곡된 아날로그 사진이 더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 뮤직 프로덕션에서의 Tape Machine 은 정확함의 표현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부가하는데 더 훌륭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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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 좌측 – D-SLR 로 촬영된 원본 이미지와 우측 – Film Simulation 을 거친 이미지 )

또한 Tape Machine 은 Peak 를 억제하면서 RMS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컴프레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Tape 의 특성상 Transient 의 변화가 매우 빠른 순간적인 Peak 는 제대로 기록되기 어렵고, 표준 레벨을 초과하는 높은 Input 레벨은 그 음량이 충분한 크기로 기록되지 못하면서 마치 자연스러운 Soft-Knee 컴프레서에 가까운 사운드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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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제 : ATR-102 플러그인을 마스터에 인서트 한 믹싱 세션,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해 L3-16 Limiter 는 Bypass )

아래의 두 소스는 ATR-102 Tape Machine 플러그인 적용에 의한 효과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소스 A 는 본래의 상태, 소스 B 는 ATR-102 플러그인을 적용한 상태로, 적용 이후의 Peak Level 은 감소하면서 청감상 RMS 는 오히려 더 높게 유지되고, 저역을 비롯한 전체적인 음색의 풍부함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주 : 이하 모든 예제들은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레벨링 프로세스를 모두 제거하여 전반적으로 레벨이 낮습니다. 모니터링 스피커 / 헤드폰을 음량을 충분히 올려서 확인해보세요! )

– 예제 : “Take it away” by 류기덕 ( Feat. 허은경 ) – 그루브 뮤직 프로덕션 17 년 1 월 수료생

( A : ATR-102 플러그인 바이패스 @ 0.0 dBFs Peak )

( B : ATR-102 플러그인 적용 – Ampex 456, 1/2 inch, 30ips @ -1.5 dBFs Peak )

Tape Machine 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비선형적인 왜곡 특성은, 자칫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평범하게 느껴져 버릴 수 있는 디지털 사운드에 색채감을 더해줍니다. 이러한 색채감은 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저 프리셋을 돌려가며 운에 맡겨버리기보다는 뮤지션이 직접 자세하게 컨트롤하며 최적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Tape Machine 이 작동하는 원리를 자세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Tape Machine 의 작동 원리와 활용법

– 헤드의 종류와 재생 모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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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6. ATR-102 재생 모드 선택 )

Tape Machine 에는 3 가지 종류의 헤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Tape 의 입자 자성 분포를 랜덤하게 재구성하여 데이터를 초기화하는 Erase 헤드, 입력되는 소리를 Tape 에 기록하기 위한 Record 헤드, Tape 에 기록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한 Repro 헤드가 Reel-to-Reel 형태의 Tape 사이에 순서대로 배치되어 다양한 모드와 함께 조합되어 소리를 레코딩하고 재생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재생 모드는 Repro 모드 입니다. 문자 그대로 Repro 헤드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출력하는 모드로, Tape Machine 의 부품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왜곡, Record 헤드가 Tape 에 소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Tape Saturation, 그리고 Repro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이 모두 포함된 가장 적극적인 재생 모드입니다.

Input 모드는 이와 다르게 Tape Machine 에 입력된 소리를 Tape 에 기록하기 이전에 소리를 출력하므로 Tape Saturation 이 표현되지 않으며, 오직 Tape Machine 인풋단에 의한 가벼운 왜곡만 표현합니다.

Sync 모드는 소리의 재생을 Repro 헤드가 아닌 Record 헤드가 담당하는 모드로, 실제 Tape Machine 에서는 Over-Dubbing 레코딩을 진행할 때 사용하는 모드입니다. Repro 모드와 유사하게 Tape Machine 자체의 왜곡과 Tape Saturation 모두 표현되기는 하지만, Record 헤드가 재생을 겸하는 특성상 Repro 모드에 비해 주파수 반응 특성이 떨어지고 왜곡이 심해지므로 믹싱에서는 창의적인 Distortion 이펙트로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Thru 는 Tape Machine 의 모든 서킷을 Bypass 하는 모드로, 소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A : ATR-102 Thru 모드 – 오리지널 소스가 그대로 재생 )

( A : ATR-102 Sync 모드 – 저역이 지나치게 확장되고 고역에 극심한 디스토션이 느껴지는 사운드 )

( B : ATR-102 Repro 모드 – 적절한 Tape Saturation 이 더해진 사운드 )

 

– Record / Reproduce Level 설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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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7. ATR-102 VU Meter / Level 설정 )

Tape Machine 플러그인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녹음 ( Record ) 레벨과 재생 ( Reproduce ) 레벨의 설정입니다. Record 레벨은 Tape 에 레코딩 되는 오디오 신호의 세기로, 높은 Record 레벨을 유지할수록 더 강한 Tape Saturation 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VU 미터의 모드를 Input 으로 세팅하고, 스피커를 보호하기 위해 Reproduce 레벨을 충분히 낮춘 이후, Record 레벨을 서서히 끌어올려 VU Meter 가 평균적으로 0VU 이상을 전후하도록 설정합니다. ( ATR-102 플러그 인은 0VU = -12dBFs 로 운용 레벨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 지나치게 낮은 Record 레벨에서는 Tape Machine 에 의한 왜곡이나 Saturation 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만약 강력한 Saturation 을 원한다면 Record 레벨을 더 끌어올려 VU Meter 가 +3VU 에서 고정되어도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면 얼마든지 무방합니다. +3VU 이후에도 Tape 에 따라 아직 헤드룸이 충분히 남아있으며, 특유의 Tape Distortion 이 들리기 시작하겠지만 이 역시 디지털에서의 느낌과는 다른 매력적인 사운드 일 수 있습니다. ( 사실 Tape Machine 을 이용한 레코딩이 표준적이었던 90 년대의 힙합 / Rock 레코딩에서는 거의 모든 VU 미터에 Peak 가 형성되는 것이 당연한 일에 가까웠습니다. )

Record / Reproduce 레벨 설정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Record 레벨 설정 시 Reproduce 레벨을 함께 조절하여 최종적인 D/A 컨버터를 Clip 시키지 말아야 하는 점 입니다. 항상 DAW 의 Peak Meter 를 함께 체크하면서, 현재 모니터 하고 있는 사운드가 D/A 의 클립핑에 의한 디스토션이 아닌지 함께 체크해야 합니다.

 

– Tape Type / Width / Speed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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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 Tape Type / Cal Level / Head 설정 )

Tape Machine 에 사용되는 Reel-to-Reel Tape 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왔습니다. 초기의 Tape 들은 주파수 반응 특성이 떨어지고 출력도 매우 낮아 노이즈 및 왜곡이 심했지만, 이후 다양한 발전을 거쳐 상당히 정확한 레코딩 / 재생이 가능한 Tape 들이 개발되었습니다.

UAD 에서 시뮬레이션하는 Ampex ATR-102 스테레오 Tape Machine 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Tape 과 3 가지 종류의 Tape Head Width ( 1/4, 1/2, 1 인치 ) 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ATR-102 플러그인에서 주로 사용하게 될 111 / 250 / 456 / 468 / 900 / GP9 등의 Tape 은 실제 3M 110 / 3M 250 / Ampex 456 / Agfa 468 / BASF 900 / Quantegy GP9 Tape 을 의미하며, 후자로 갈수록 출력 레벨이 높고 낮은 노이즈를 나타내는 Tap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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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9. Quantegy GP9 Tape )

디지털 레코딩이 보급되기 이전에 가급적 정확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Quantegy GP9 과 같은 왜곡이 적고 노이즈가 낮은 Tape 가 당연히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겠지만, 적극적인 Saturation 과 컴프레션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면 오히려 Ampex 456 과 같은 Tape 이 상당히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또한, 같은 Tape 이라도 Head 의 폭이 넓을수록 정확하고 깨끗한 소리를 표현하고 폭이 좁을수록 왜곡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므로 Tape Type 과 Head 의 폭을 함께 조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Tape 들은 각각의 입자가 가지는 자속의 세기 ( Flux Level ) 에 따라 각각 다른 출력 레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입 / 출력 레벨을 보정 ( Calibration )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Tape Machine 초창기에 사용되던 3M 111 Tape 는 177 nWb/m 의 Flux Level 을 가지는 반면 ( NAB 스탠다드 ), 3M 250 Tape 는 251 nWb/m 를, GP9 은 502 nWb/m 의 크기를 가지기 때문에 이로 인해 Tape 가 가지는 입 / 출력 레벨의 특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3M 250 Tape 는 111 Tape 에 비해 +3dB 만큼, GP9 은 +9dB 만큼 레벨을 보정하여 입 / 출력 레벨을 관리합니다. 이를 Cal Level 이라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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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0. ATR-102 에서의 Tape 별 표준 Cal Level, 출처 : UAD Plug-in Manual )

만약 GP9 Tape 를 사용하면서 Cal Level 을 +3dB 로 설정하면, 0VU 가 나타내는 입 / 출력 레벨이 본래 기준 ( +9dB ) 보다 6dB 만큼 낮게 운용되는 만큼 헤드룸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웬만큼 높은 Record 레벨에서도 Saturation 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만약 250 Tape 를 사용하면서 Cal Level 을 +9dB 로 오버하여 세팅하면 본래 기준 ( +3dB ) 보다 6dB 만큼 높은 입 / 출력 레벨로 Tape Machine 을 운용하게 되므로 같은 Record 레벨에서 보다 쉽게 Tape Saturation 이 일어나게 됩니다.

ATR-102 에서는 선택하는 Tape 에 따라 Cal Level 이 자동으로 선택됩니다. 하지만 만약 같은 Record 레벨에서 보다 손쉽게 Saturation 을 얻어내고 싶다면 기준보다 높은 Cal Level 을, 최대한 Saturation 을 억제하면서 낮은 Noise 로 운용하기를 원한다면 기준보다 낮은 Cal Level 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Reel-to-Reel 사이의 Head 를 Tape 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를 설정하는 Tape Speed 역시 Tape Saturation 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ips” 는 “Inch Per Second” 로, 1 초 동안 Tape 가 이동하는 거리를 inch 단위로 표현한 수치입니다. 15ips 는 1 초에 15 인치, 30ips 는 1 초에 30 인치 길이의 Tape 를 소모하게 되므로, 같은 소리를 기록하는데 있어서 높은 ips 가 더 많은 Tape 면적을 점유하게 되어 노이즈와 왜곡이 적은 소리를 재생하게 됩니다.

만약 이펙팅에 가까운 매우 적극적인 Saturation 을 노린다면 1/4 인치의 456 ( 또는 250 ) Tape 을 7.5ips 로, 걸린 듯 만 듯한 자연스러운 Tape 의 느낌만을 부가하고 싶다면 1 인치의 GP9 Tape 을 30ips 로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Rock, Blues 등의 음악에서는 1/2 인치의 456 Tape 을 15ips 로 사용하여 적당히 Saturation 이 부가된 마스터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작은 음량에서의 섬세한 표현과 다이나믹 레인지가 중요한 Jazz, Classic 등의 장르에서는 GP9 등의 고성능 Tape 를 30ips 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세팅이 “절대적인 규칙” 은 아닙니다. 자신의 음악적 성향에 맞춰 다양한 세팅을 연습해보면 분명히 기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예제 : “Winter Knight ( Inst )” by Erato

( A : ATR-102 플러그인 바이패스 – 오리지널 소스 )

( B : ATR-102, Quantegy GP9 Tape, 1/2 inch, 30ips, Cal +9, AES – 전체적인 양감 증가, 약한 Saturation )

( C : ATR-102, Ampex 456 Tape, 1/2 inch, 15ips, Cal +6, CCIR – 타이트한 공간, 적절한 Saturation )

( D : ATR-102, 3M 250 Tape, 1/4 inch, 15ips, Cal +3, NAB – 가장 심한 컴프레션, 강한 Saturation  )

 

– Emphasis EQ ( NAB / CCIR / AES )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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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1. ATR-102 Emphasis EQ 설정 )

현대 AD/DA 컨버터와 달리 Tape Machine 은 매우 비선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Tape Machine 의 종류, Tape Type, 재생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한 세팅을 필요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Tape Machine 플러그인은 이러한 Calibration 을 자동으로 세팅하지만, 유저가 원할 경우 커스텀으로 Calibration 을 진행하여 보다 적극적인 사운드 메이킹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Emphasis EQ 입니다. 마치 LP 에서 사용되는 RIAA EQ 와 유사한 컨셉으로, 레코딩 시 Tape 에 입력되기 이전에 미리 특정한 EQ Curve 를 적용하고 재생 과정에서는 정반대의 Curve 특성을 가지는 EQ 를 다시 적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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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2. 좌측 – NAB / 우측 – CCIR Pre-Emphasis EQ Curve, 자료 출처 : www.audionirvana.org )

NAB 는 주로 북미권에서 사용되던 표준으로, 레코딩 시 다른 대역에 비해 고역대가 더 쉽게 Saturation 되는 Tape 의 특성에 따라 주파수를 보정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레코딩 시 고역대가 Tape 을 지나치게 Saturation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레코딩 이전에 Shelf Type EQ 로 고역 ( 3150Hz 이상 ) 을 먼저 감쇄시키고, 이후 재생 ( Repro ) 과정에서 다시 해당 대역을 부스트 하여 자연스럽게 소리가 재생되도록 보정합니다. 또한 NAB 는 당시 여러 전자 부품들의 제약으로 인해 재생 시 저역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저역을 레코딩 이전에 미리 부스트 한 후 Repro 과정에서 저역을 감쇄하여 소리를 재생합니다.

이후 Tape 의 성능이 개선되어 고역의 반응 특성이 개선되고 Tape Machine 의 성능도 충분히 좋아지면서 NAB 커브의 효용성이 떨어지게 되어, 새로운 CCIR ( IEC ) 커브가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유럽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CCIR 은 충반한 기기 성능을 바탕으로 NAB 와는 다르게 저역의 부스트 / 컷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며, 재생 시에 Tape Hiss Noise 가 섞이는 문제를 줄이기 위하여 NAB 보다 부드러운 고역 감쇄 ( 4500Hz 이상 ) 와 Boost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CCIR 이 레코딩 / 재생 과정에서 원본 사운드에 대한 변형이 적고 재생 시 Noise 도 낮아 모던한 Tape Machine 과 고출력 Tape 의 조합에서 더 좋은 “음질” 을 들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좋은 음질이 반드시 음악적인 사운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Tape 와 재생 속도의 조합에 따라 NAB / CCIR 을 선택해보면서 자신의 음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Tape 의 재생 속도가 30ips 인 경우에는 NAB / CCIR 이 모두 비 활성화되면서 가장 플랫한 특성을 가지는 AES 커브가 자동으로 선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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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3. ATR-102 Emphasis EQ 세부 컨트롤 )

만약 Emphasis EQ 를 더 적극적으로 컨트롤해보고 싶다면 ATR-102 플러그인에서 Open 스위치를 누르면 상단의 세부 컨트롤이 활성화됩니다. HF / Shelf EQ 는 레코딩 되기 이전에 적용되는 특성을, Repro HF / LF 는 재생 시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고역에서의 Saturation 을 과격하게 적용해보고 싶다면 HF EQ 를 적극적으로 올려보면서 Repro 의 HF 를 낮추며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후에 설명할 Bias 에 의해 고역 또는 저역이 지나치게 감쇄되어 들린다면 Repro HF / LF 를 높이면서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 Bias 에 대하여

Tape 은 이미 이전에 기록되어 있던 자성의 특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오디오 시그널을 아무런 조치 없이 Tape 으로 레코딩하게 될 경우 부정확한 형태로 왜곡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파장의 길이가 길고 반응이 느린 저역의 경우 정리되어 있지 않는 Tape 입자의 자성이 레코딩 되는 신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Tape Machine 의 Record 헤드는 레코딩하는 시그널에 가청 영역을 벗어나는 초 고역대 ( 40~150KHz ) 의 오디오를 함께 섞어 레코딩을 진행합니다. 초 고역대의 오디오는 파장의 길이가 매우 짧기 때문에 Tape 의 입자들을 고르게 “정리” 해주는 역할을 하며, 기존 Tape 이 가지고 있던 자성 특성을 없애면서 새로운 신호가 기록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Tape 레코딩에서의 Bias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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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4. Record 헤드로 들어가는 오디오 신호에 Bias 신호가 적용된 예, 자료 출처 : hyperphysics.phy-astr.gsu.edu )

Tape Machine 의 종류와 사용되는 Tape 의 특징, 재생 속도 등에 따라 최적의 Bias 량은 매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높은 Bias 는 전체적인 주파수의 Range 감이 좁아지며 답답하고 어두운 사운드가 형성되며, 지나치게 낮은 Bias 는 전체적인 왜곡 ( 특히 저역 ) 이 증가하게 됩니다. 플러그인의 경우 Tape, 재생 속도 등을 선택하면 최적의 Bias 값이 자동으로 선택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최적” 의 Bias 가 언제나 음악적인 사운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컴프레션의 느낌이 강한 사운드를 재현하고 싶을 경우 의도적으로 Bias 를 높게 세팅하여 전체적인 음상을 좁히면서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연출하기도 하며, 반대로 비교적 낮은 Bias 로 세팅하여 드럼, 기타 등에 거친 왜곡감을 더하는 이펙트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Bias 세팅은 Emphasis EQ 와 마찬가지로 ATR-102 플러그인에서 Open 버튼을 누르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Tape 종류나 재생 속도 만큼이나 사운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꼭 한 번 컨트롤 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 A : ATR-102, Ampex 456 Tape, 1/2 inch, 15ips, Cal +6, CCIR, Default Bias )

( B : ATR-102, Ampex 456 Tape, 1/2 inch, 15ips, Cal +6, CCIR, Over-Bias )

( C : ATR-102, Ampex 456 Tape, 1/2 inch, 15ips, Cal +6, CCIR, Under-Bias )

 

– Wow & Flutter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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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5. ATR-102 Wow & Flutter 설정 )

Tape Machine 에는 일정한 속도로 재생을 유지해주는 고성능의 모터가 장착되어 있지만, Tape 의 장력, 전기적인 컨디션 등 다양한 주변 상황에 따라 디지털과는 다르게 재생 속도가 완전히 100%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이로 인해 Tape 이 레코딩 / 재생되는 속도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음정적인 안정감이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Wow & Flutter 라고 부릅니다.

본래의 Tape Machine 에서 Wow & Flutter 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그 양을 조절할 수 없지만, 플러그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그 수치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ATR-102 에서는 절대적인 음정 안정감을 원한다면 Off 로, 자연스러운 미묘한 음정 변화를 표현하고 싶다면 On 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4. 컬럼을 마치며

EQ, 컴프레서 등 모든 시그널 프로세싱이 그러하듯, Tape Machine 역시 “정답인 세팅” 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악적인 상황,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스피커 사이에서의 그림에 따라 최적의 세팅은 모두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상상했던 이미지를 Tape Machine 등의 프로세서를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이른바 “좋은 사운드” 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해진 Preset 만 사용하거나 프로의 팁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에 창의적으로 적용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만의 멋진 음악적인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컬럼을 마칩니다.

* 저자인 박종희 엔지니어는 레코드팩토리 대표 겸 사운드 파트 강사로< 사운드 엔지니어 > 과정 및 < 인터렉티브 사운드 디자인 > 과정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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